이준우 강남대학교 사회복지학부 교수

“왜 가족이 있는데 국가가 장애인을 돌보냐.”는 말로 압축되는 최근 서철모 화성시장의 발언을 접하며 안타깝고 민망하다. 지자체장의 인식 수준의 한계가 너무 명확하게 드러나서다. 장애에 대한 무지와 장애인 정책에 대한 몰이해가 심히 염려스러운 것이다. 물론 제한된 자원을 최대한 많은 이들에게 돌아가도록 해야 하는 고민을 했을 것이고, 누군가는 제도를 악용해 부정수급을 하는 이들도 적지 않은 현실에서 부정수급을 줄일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하기 위해 애썼을 것이다.

어떤 면에서 부정수급을 줄이고 형평성을 고려하여 더 많은 장애인들이 지원을 받도록 하겠다는 화성시의 활동지원제도 개편안의 취지 자체는 나쁘지 않다. 그러나 이러한 고민들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과 접근 방식이 잘못되었다. 더욱이 서철모 화성시장이 간담회라는 공식석상에서 했다는 발언은 개편안의 좋은 취지와 반하여 시대를 역행하는 철학과 가치관을 담겨 있는 것 같아 상당히 우려스럽다.


첫째, 장애인활동지원제도는 장애인활동지원에 관한 법률 제1조에 명시된 바, 그 목적이 “신체적ㆍ정신적 장애 등의 사유로 혼자서 일상생활과 사회생활을 하기 어려운 장애인에게 제공하는 활동지원급여 등에 관한 사항을 규정하여 장애인의 자립생활을 지원하고 그 가족의 부담을 줄임으로써 장애인의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이다. 즉, 장애인이 가족과 시설로부터 벗어나 독립된 주체로서 사회참여를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장애인들의 요구에 의해 생겨난 제도이다. 그런데 이런 제도에 가족의 돌봄을 언급했다는 것은 제도의 본 취지를 이해했다고 보기 어려우며, 장애인의 자립을 지원하고자 하는 장애인복지 패러다임에 반(反)하는 사고이다.


둘째, 현 장애인활동지원제도의 급여지급은 보건복지부 지원을 기준으로 장애인 당사자가 와상에 가까운 중증의 장애를 가지고 있거나 독거, 혹은 보호자가 만 65세 이상인 경우에 상위 등급, 즉 높은 구간을 받을 수 있는 구조이다. 특별지원급여는 한시적인 지원이므로 제외하고 기본급여를 기준으로 살펴보면 1구간에 해당되는 경우 월 648만원(약 480시간)이 지급된다. 여기에 부족한 나머지 시간을 지자체, 경기도와 화성시가 추가지원을 하는 것이므로 서 시장이 언급한 ‘부모가 안방에서 잠을 자기 위해 활동지원사를 24시간 고용하는’ 사례의 전제는 그 부모가 장애인을 지원할 수 있을 정도의 나이와 체력이 된다는 것인데, 그렇다면 24시간 지원은 꿈에서도 이룰 수 없는 것이 장애인활동지원제도의 현실이다.


셋째, 이미 보건복지부에서 정한 장애인활동지원제도는 장애인 당사자 혹은 그 가구의 건강보험료를 통한 개인 및 가구의 소득에 따라 본인부담금을 납부하도록 되어 있다. 서철모 시장이 언급한 소득이 많으며, 활동지원을 많이 받는 장애인 당사자의 경우 그만큼 본인부담금의 부담도 크다. 실제 경제활동으로 월평균 소득이 약 300만원 가량 되며 월 1000만원 가량의 활동지원을 받는 중증의 장애인의 경우 본인부담금을 30~50만원 정도 부담한다고 한다. 장애인 당사자들은 장애로 인한 의료비 지출 및 보장구 사용에 따른 유지 보수비 등 비장애인과 같은 소득을 얻는다 해도 부가적인 지출이 크기에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애인이 활동지원을 정부나 지자체로부터 무료로 받는 경우는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 의한 수급권자만 해당되며, 차상위장애인(활동지원제도 본인부담금 월 2만원)을 제외한 모든 활동지원제도 이용 장애인들은 소득에 따라 이용료의 일부를 부담한다. 이미 장애계에서는 앞서 언급한 장애인의 경제적 어려움 등을 이유로 본인부담금을 폐지하기를 요구하는 분위기인데 여기에 보호자의 재산 여부에 따라 차등 지급하겠다는 것은 장애인에게 이중적인 어려움을 안겨주는 것이나 다름없다.


넷째, 활동지원제도는 말 그대로 바우처 서비스이다. 장애인 당사자의 가상계좌로 정부 및 지자체가 지원 금액을 매월 지급하지만 사실상 이것은 장애인 당사자가 챙기는 소득이라도 보기 어렵다. 이 금액은 활동지원을 제공하는 활동지원사의 인건비와 서비스를 중계하는 중계기관의 수수료(약 20%) 등으로 쓰여진다. 그런데 서 시장의 발언은 서비스를 제공받는 장애인 당사자 가구의 높은 소득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지자체가 장애인 당사자에게 막대한 예산을 쏟아부어 주는 것처럼 묘사되고 있다. 장애인이 지원받는 정부와 지자체의 예산 중에 상당한 금액을 지원하는 것이 활동지원제도인 것도 사실이고, 이로 인해 예산 투입에 대한 부담이 큰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서 시장의 발언은 장애인 당사자와 그 가족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고, 장애인을 인격적으로 고려하지 않은 무례한 발언이다.


장애인을 인격적으로, 사회구성원으로, 지역주민으로, 유권자로 존중한다면 이러한 개편안을 통보하기 전에 장애인 당자자 집단, 즉 장애인단체와의 면담과 토론 등을 통해 활동지원제도 부정수급의 해결책과 서비스 제공의 확대 방안에 대해 충분한 논의와 협의가 이루어졌어야 했다. 장애인복지정책을 통한 서비스를 제공받는 장애인을 시혜적인 대상으로만 여겼기에 함께 고민하고 협의하려는 노력이 부족했고, 이러한 결과가 초래된 것은 아닌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더욱이 활동지원제도 자체의 허점으로 부정수급을 야기하는 부분들도 있기에 장애계에서도 중앙정부에 끊임없이 다양한 방안을 통한 개선을 요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의 제도 틀 아래 지자체의 지원이 이루어지는 활동지원제도가 부정수급 없이 건전한 방향으로 잘 운영되기 위해서는 장애인 당사자의 목소리를 경청하여 제도상의 허점을 개선할 수 있도록 지자체의 중간 역할이 필요할 것이다.


끝으로 활동지원 제도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맞춤식 표준화 가이드라인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활동지원 제도는 선별적 지원이 아닌 맞춤형 보편적 복지정책으로 나아가야 한다. 장애자녀의 부모가 생을 마감할 때까지 장애자녀를 돌봐야 하는 현실 속에서 장애인 활동지원 제도는 단비와 같은 제도이다. 특히 중증장애인의 경우는 장애가 심할(중증)수록 활동지원서비스는 매우 간절하다.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한 가족 중 장애가구원을 돌보기 어려워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는 뉴스를 종종 언론을 통해 접하곤 한다. 장애인들의 가족 유무를 떠나 비장애인들도 감당하기 어려운 돌봄 문제를 정애정도를 무시하고, 가족의 유무를 조건에 넣어서 차별성을 준다는 것은 상식적이지도 전문적이지도 않은 주먹구구식 혁신안이다. 가족 여부, 경제적 수준 등 활동지원과 상관없는 조건들은 배제하고 장애 정도에 따라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한 사람의 생명과도 직결되는 사회보장서비스를 대기업 직원 연봉 삭감하듯 쉽게 삭감돼서는 안 되는 일이다. 현재 장애인 활동지원 제도는 지역마다 운영지침이 다르며, 이 운영지침을 전적으로 통일화하는 가이드라인 작업이 시급히 필요하다. 또한 일부의 장애에 대한 혜택과 배려가 특권이라고 오해를 하는 경우가 간혹 있다. 일부 부정수급으로 인한 문제를 일반화해서 생각해서는 안 되며, 부정수급을 막기 위해서는 현재 운영되고 있는 모니터링 이외의 강화된 대안이 필요하다.

 

이준우 강남대학교 사회복지학부 교수
이준우 강남대학교 사회복지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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