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유엔 장애인권리협약 선택의정서가 국회에서 비준되었다. 장애인 권리협약 비준이 있은 지 14년이 지나서 겨우 통과가 된 것이다. 유엔 장애인인권위원회 2차와 3차 병합 국가보고서 심의 전에 비준하였다면 최종견해에서 선택의정서에 대한 지적을 받지 않아도 되었을 것이다.
유엔 장애인 권리협약을 비준하기 전 장애인단체는 두 가지 의견으로 나누어져 있었다. 재빨리 선택의정서를 제외하고라도 비준을 하자는 의견은 협약비준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으며, 그것이 선택의정서 비준에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다른 의견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선택의정서를 포함하여 완전한 비준을 동시에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국회에서는 이 두 가지 의견을 청취한 후 결국 선택의정서를 후로 미루고 권리협약만 비준을 했다. 당시에는 유엔 여성권리협약처럼 2년 정도 후면 될 것이라 의원들이 위로의 말을 해 주었는데, 이렇게 오래 걸릴 것이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선택의정서는 정부가 유엔 장애인권리협약을 이행하지 않아 장애인이 권리를 침해당했을 경우, 국내에서 구제절차를 소진한 후(국내 할 수 있는 모든 구제절차로도 구제를 받지 못할 경우) 유엔장애인권리위원회에 진정을 할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난 4월 17일부터 18일까지 양일간 한국장애인연맹은 호주장애인연맹 선임연구원인 사만다 프랜치(Samantha French)와 호주 장애인법 센터 마크 패트릭(Mark Patrick) 변호사를 초청하여 선택의정서 이행을 위한 국제워크숍을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개최하였다.
사만다는 호주에서는 인권위원회가 영향력이 크지 않으며, 오히려 로얄 커미션이 더 영향력이 크다고 했다. 로얄 커미션은 장애인 등 약자들의 학대나 인권침해에 대한 조사를 하는 상설 특검이다. 우리나라에는 없는 제도로 인권보호를 위해 검토해 볼만한 것이다. 호주 장애인연맹은 장애인의 인권침해에 대한 국내 법률 지원과 선택의정서에 의한 유엔 진정을 지원하고 있다.
사만다는 유엔 장애인권리협약 제정 당시 한국 여성장애인의 주장에 의해 여성 조항이 만들어짐을 강조하면서, 동북아 유엔 에스캅에서의 아태 장애인 10년의 진행과 인천전략, 차카르타 선언과 새로이 시작되는 제4차 아태장애인(2023년에서 2032년)의 추진 등에서 장애인단체의 역할이 매우 크다고 하였다.
장애인의 권리구제를 위한 선택의정서에서의 개인 진정은 전문가가 필요하며, 그래서 국제변호사의 도움을 구하는 역할 역시 장애인단체의 몫이며, 번역 언어와 진행과정에서의 단체의 지원이 필요하다고도 하였다. 그리고 단체는 선택의정서의 홍보와 교육, 진정사건의 지원, 의견서 제출, 모니터링 등을 역할을 해야 한다고 하였다. 호주 장애인단체는 한국과 협력하여 선행 경험을 공유하고 적극지원할 것이라고 했다.
패드릭은 여러 진정사건을 소개해 주었다. 유엔 개인 진정의 경우 영어나 프랑스어 등 공식 언어로 온라인으로 진정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며, 진정인 정보, 피해 사실, 권리협약 침해 조항, 구제 요구사항, 국내 구제절차 경과와 결과 등을 포함하여야 한다. 호주는 그동안 14건의 유엔 진정이 있었다.
호주의 사례로 수어를 사용하는 청각장애인이 무작위 추첨에 의해 법원 재판의 배심원으로 정해질 경우, 배심원에서 배제하는 것이 인권침해라는 유엔 진정에서 호주 국내에서는 1심에서 기각되었으나 대법원까지 진행하지 않아 완전한 절차가 소진된 것은 아니지만, 계속 진행할 경우 추후 많은 비용이 발생되면서도 승소의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점을 감안하여 소진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배심원으로 아직 선정된 적이 없어 피해를 볼 가능성은 있으나 피해 사실이 아직 발생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유엔에서 기각되었다.
법이나 규정이 권리협약과 상충될 경우 피해 사실이 아직 발생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기각된 것은 국네의 국가인권위원회가 법이나 제도 개선 권고안을 내는 것과 비교된다.
마론 노벨은 원주민으로서 지적장애인인데, 미성년자를 성추행하였다는 내용으로 재판을 받게 되었다. 심신상실자로서 재판 진행이 어려워지자 유무죄를 다루지 않고 정신질환으로서 사회보호를 위한 자유 박탈로 보호감호 처분을 하여 유죄로 인정될 경우 받을 형량보다 훨씬 더 많은 기간을 격리 수용되었다. 최대 2년 6개월인 형량을 10년간이나 보호감호 처분을 받은 것이다.
마론은 항소를 포기하여 유엔 진정의 절차 소진 조건에 해당 되지 않으나, 피해가 지속되고 있다는 점과 감호소 내에서의 동료로부터의 지속적 폭행에 노출되어 있는 점 등을 들어 보상과 석방을 유엔 장애인권리심판위원회가 권고하여 석방되게 되었다. 절차의 소진은 엄격한 기준이 아니라 불필요한 진정을 막기 위한 것으로 융통성 있는 해석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사만다는 호주에서 장애인보호작업장에서 장애인 근로자가 최저임금을 받지 못하여 최저임금 적용제외를 금하는 법 개정 요구가 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고 사업주에게 주어지는 고용장려금이 최저임금을 받지 못하는 경우 근로자의 임금에 사용하도록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는 우리나라의 최근 동향과 유사하다.
또 사만다는 로렌의 진정에 의해 시각장애인을 위한 화면해설 지상파 방송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각 기관들은 서로 책임을 미루고 있다가 최근 해결방안이 긍정적으로 검토되고 있다고 전했다. 아직 방송 비율은 저조하지만 이미 시행하고 있는 우리의 경우보다 뒤처진 것이었다.
토론에 참여한 법무법인 해마루 오재창 변호사는 양심적 병역 거부자 유엔 자유권규약위원회에 진정한 사례를 소개해 주었다. 처음에는 특정 사이비 종교 집단을 편드는 사람이라는 비난도 받았고, 사회적 공감대 형성이 매우 힘들었다고 하였다. 하지만 피해자는 더욱 힘을 합치는 장점으로도 작용 되었다고 하였다.
헌법재판소의 거듭된 합헌 결정으로 양심적 병역 거부자가 오랜 기간 인내와 희생이 필요했고, 해마다 600명 가량의 병역 거부자가 피해자가 구속되게 되었다. 하지만 피해자들이 2007년부터 2014년까지 5차례나 법률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유엔에 진정하여 유엔에서는 한국 정부에 권고안이 전달되어 결국 2018년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을 받아낼 수 있었다고 하였다.
유엔의 진정은 권고 수준이라 영향력이 약하다고 할지 모르겠으나 유엔의 결정문은 관보에 실리게 되어 있으며, 사회 이슈화와 공감대 형성, 그리고 정부에 대한 압박으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알려 주었다.
한국장애인연맹은 유엔장애인권리협약 이행에 대한 모니터링과 정부와의 협력 및 투쟁, 그리고 선택의정서에 의한 개인진정의 지원과 모니터링 등의 활동을 위한 장애인단체의 연대를 위한 행보를 위한 첫걸음으로 워크숍을 진행한 것이며, 곧이어 연대체 결성을 위한 활동을 전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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