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가인권위원회 전경 사진 ⓒ국가인권위원회
정부의 탈시설정책 과정에서 장애인 거주시설 퇴소 및 전원 시, 장애인 당사자의 자기결정권과 선택권이 부당하게 침해받지 않도록 국가인권위원회(아래 인권위)가 보건복지부에 관련 지침 마련을 권고했다.
경기도 소재의 한 중증장애인거주시설은 올해 1월 14일 기준으로 126명의 1·2급 지적 및 지체장애인이 거주하고 있었다. 시설은 정부의 장애인시설 소규모화 정책에 따라 2019년까지 100명, 2022년까지 80명으로 정원을 축소할 계획이었다. 이에 따라 시설은 올해 1월에 15명을 강제퇴소 시켜 6월 11일 기준으로 거주인원을 111명까지 줄였다. 15명 중 3명은 원가정으로 돌려보냈으며, 8명은 요양병원으로, 4명은 다른 장애인거주시설로 전원시킨 것이다.
해당 시설은 “최근 복지부는 대형시설 기능보강비를 중단하고 소규모화 실적이 있는 시설만 지원금을 줄 수 있다는 입장이어서, 시설 전환이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거주인을 일부 선정해 전원을 추진했다”라며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한 질환이 있거나 소규모시설이 더 적합할 것으로 판단되는 중증장애인을 선정해 보호자 동의를 받고 퇴소 및 전원을 결정해 문제 되지 않는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인권위 조사 결과, 당사자 신청이 아닌 보호자 신청 또는 시설 내 퇴소판별위원회 자체 결정에 따라 퇴소 및 전원 결정이 내려진 사실이 드러났다. 또한 시설이 판단능력이 부족한 무연고 지적장애인을 타 시설 및 병원으로 전원시키는 과정에서 후견인 지정을 고려하지 않았고, 판단 능력에 문제없는 지체장애인도 당사자 의사를 확인하지 않은 채 보호자에게 퇴소신청서를 작성하게 한 것이 확인됐다.
인권위는 “장애인, 특히 지적장애인은 의사결정 과정에서 조력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가족∙후견인∙사회복지전문가로부터 자기결정권이 축소∙제한되는 경우가 많다”라며 “그러나 장애인복지법 제57조는 장애인복지시설이 장애인의 선택권을 최대한 보장하도록 하고, 이를 위해 시설 선택에 필요한 정보를 장애인에게 충분히 제공하도록 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인권위는 “지적 능력 등의 이유로 장애인 본인이 이용계약을 체결하기 어려운 경우엔 ‘장애인복지법 시행령’ 제36조의11 절차를 따라야 한다”라고도 밝혔다. 이 시행령은 △민법에 따른 장애인 후견인 △장애인 배우자 또는 부양의무자인 1촌 직계혈족 △장애인 주소지(주소지가 없거나 알 수 없는 경우 현재지)를 관할하는 특별자치시장∙특별자치도지사∙시장∙군수∙구청장이 지명하는 사람이 계약 절차의 전부 또는 일부를 대행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따라서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이 법률에 따른 절차 없이 임의로 장애인의 자기결정권을 제한했다면 그 자체로 기본권 침해에 해당한다”고 인권위는 판단했다.
이러한 이유로 인권위는 당사자의 자기결정권과 선택권을 고려하지 않은 시설의 행위는 장애인복지법, 장애인차별금지법, 발달장애인 권리보장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을 위반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인권위는 해당 시설에는 △‘생활인 권리 및 입퇴소 건강관리규정’ 개정으로 정당한 이유 없이 거주인 및 보호자 의사에 반한 퇴소·전원 결정이 이뤄지지 않도록 하고 전 직원 대상으로 직무교육 실시 △퇴소·전원 시, 거주인의 자기결정권 및 선택권이 보장될 수 있도록 전원 예정 시설에 대한 정보 및 사전 방문 기회 제공 △지적 능력 등을 이유로 타인이 결정 대행해야 할 경우, 장애인복지법 시행령 제36조의11에 따른 절차 준수를 권고했다. 경기도 안성시장에게는 재발 방지를 위한 지도·감독 강화를 권고했다.
나아가 인권위는 “최근 정부 탈시설 정책에 따라 시설 소규모화를 추진하려고 하는 장애인거주시설이 점차 늘어나면서 이와 같은 상황이 비단 이 시설에만 국한되지 않으리라고 판단한다”면서 시설거주인이 퇴소 또는 전원되는 과정에서 자기결정권 및 선택권을 부당하게 침해받지 않도록 ‘장애인복지시설 사업안내’ 등에 관련 지침 및 절차 마련을 보건복지부 장관에게도 권고했다.
|